2022년 회고와 2023년 시작

2022 나의 삶에 대한 회고

회고의 목적은 2022년 내가 무얼 잘했고, 또 못했고. 2023년은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2022년은 업스테이지를 열심히 다녔고, 결혼을 했고, 처음으로 부모님 집을 떠나 새 집에서 살게 되었고, 취미로 사진도 찍으며 현상, 스캔도 하고, 테니스도 시작한 해다. 

하나씩 어떻게 했고 어떻게 할건지 보자.

커리어

업스테이지는 앞선 글에도 적긴했지만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 이제 2년된 신생회사니 다들 열심히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하는 중. 나도 업스테이지에서 아주 만족도가 높다. 2022년은 사내 딥러닝 모델 학습 플랫폼을 만들고 고도화하고 1.0을 위해 열심히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만든 플랫폼을 팔기도 했는데, MLops 플랫폼을 개발하고 팔아보는건 내가 업스테이지에 오기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 하지만 애초에 사내 플랫폼으로만 생각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팔아보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내가 생각했던 형태도 아니었긴 하다. 솔루션 형태로 제공하게 되면서 부족한 기능을 업데이트 하기도 쉽지 않고 업체측에 설치, 운영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하긴 어려운 느낌. 이런 형태로는 돈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한 해였고, 다음에는 SaaS 형태도 경험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번에 예상치 못한 형태로 제품을 팔아보면서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애초에 여러 형태로 팔 수 있도록 설계해야한다는 생각도 든다.

내 커리어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업스테이지에 오기전엔 소프트웨어 개발, 배포만 해왔고 여기서도 그것만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실제로는 인프라의 많은 부분을 만지고 있다. 노드 세팅, 각종 드라이버, 환경 세팅, 디버깅 수준의 레벨과 간단한 수준의 aws 시스템 구성, 쿠버네티스 클러스터 구성, 운영같은 devops 에 더 가까운 업무를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리눅스도 많이 다루고 지식이 부족한 네트워킹 쪽을 좀 더 보고 공부하게 되면서 얻은 부분도 많다. 그리고 쿠버네티스 클러스터를 구성하고 운영하는게 얼마나 리소스가 들어가는지 까지. Devops 업무들이 앞으로도 나한테 많이 도움이 될 듯하고 플랫폼 엔지니어링에도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 앞으로도 어느 정도는 쭉 가져가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프라를 만지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IaC를 하는 수준으로다.

2023년에는 플랫폼을 MLops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업무와 devops 업무가 계속갈 듯 하다. 지금까지는 모델을 연구하고 학습하는 것이 플랫폼의 주요 기능이었다면 앞으로는 자동화, 서빙이 중요해질 듯 하고 이걸 공통 플랫폼으로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하다. 이 기능을 만들면서 모델러와 실제 파이프라인을 만들며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보고, 올해 안에 플랫폼 1.0이 나오지 않을까? 

1.0이 나오고 난 후에는 뭘 해야할까? 우리팀은 업스테이지가 현재 가장 집중하는 곳에 기능을 만들고 있다. 작년엔 기술력을 쌓기 위한 학습 플랫폼을 만들었고 올해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동화 파이프라인, 서빙을 만들 것이다. 그 뒤는 업스테이지 ai 팩이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에 방향이 달려 있다.

그러면 올해 커리어 측면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을 무엇일까? 내부 플랫폼을 탄탄히 설계, 구현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제 프로덕션이 나오는 시기인 만큼 프로덕션 레벨의 클러스터 구성, 복잡하고 대용량 트래픽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가 될 거 같다. 모니터링, 로깅 같은 부분도 현재는 간단하게만 되어있는데 이걸 프로덕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마디로 서비스의 모든 수준을 한단계 향상시키는 것. 내부에서만 쓰던 것에서 외부에서도 쓰는 것으로 향상이다.

소프트 스킬로 향상시키고 싶은 부분은 구조화되고 이해하기 쉬운 문서 작성, 그리고 발표 능력이다. 발표 능력이 그동안 많이 늘었긴한데 설득력, 정보 전달의 측면에서는 아직도 먼 듯하다. 뭔가에 쫓기듯이 하지 않고 여유롭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시키며 발표하는 능력을 길러보자.

책은 한달에 2권 정도 꾸준히 읽고 있는편이다. 하지만 올해 중반부터 책을 읽기만 하고 남아있는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어려운 책은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것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저번부터 책 내용을 정리하고 느낀점을 기록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책에서 어떤 내용이 와닿았는지 포스트잇으로 남기는 중. 이제 어떻게 기록을 남길지는 써보면서 해봐야겠다.

문제는 기록을 남기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 읽고나서 바로바로 기록을 남기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그게 안된다. 괜찮게 읽은 책만 남기는게 좋을 듯 하다.

올해는 한달에 한 권만 기록을 글로 남기는 것이 목표

사진

사진 블로그도 만들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려는 중. 뭔가 사진 프로젝트를 하나 해보려고 마음만 먹는데 진행이 되질 않는다. 치열한 고민을 하고 생각해봐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나지도 않고 다른 것에 치여 우선순위가 밀리는 중이다.

사진 찍고 현상하고 좋은 사진을 남기고만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사진 취미가 재미없어질것이고 실제로 사진 찍는 날들이 점점 더 줄고 있다. 사진을 좀 더 깊이,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하며 나의 작품들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딱 하나의 프로젝트만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 생각도 많이해야겠지만, 일단 많이 찍어야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 가장 안좋은 일이 모두 크게 있던 한 해다. 삶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이란 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가 올해를 기점으로 많이 바뀌었다.

재택 N년차 개발자의 생산성을 위한 셋업

코로나가 터진  2019년 2월부터 재택근무를 해왔다. 보통 재택근무한다고 하면 집에서 일이 잘되냐고 물어보는데, 집에서 일하면 보통 늘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사무실과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집에서 최대한 생산성이 좋은 환경을 만드려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왔는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높은 생산성을 위한 물건들과 소프트웨어를 보자.

하드웨어

루나랩 전동 스탠딩 데스크: 서서 일할 수 있도록 스탠딩 데스크를 구매했고 오피스 방을 만들거기 떄문에 최대한 큰 사이즈로 구매했다. 선정리도 깔끔하게 되고 책상이 큰 탓에 모니터 두대를 놓아도 공간이 여유롭다.

LG 32인치 4K 모니터: 원래는 애플 공홈에서 파는 27인치 5k 모니터를 사고 싶었는데 품절되어서 대체품으로 샀다. 현재는 매우 만족하는 중. C 타입으로 충전도 가능하고 모니터암이 기본으로 달려있어 공간효율성도 매우 좋다. 32인치가 약간 크긴하지만 아이맥과 함께 서브 모니터로도 좋다.

문랜더 키보드: 그동안 키보드는 해피해킹, 매직 키보드를 주로 써오다가 지금은 문랜더로 정착했다. 문랜더는 적응하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리고 최적의 키 세팅을 찾는데도 오래걸리는데 한번 적응되고 나면 정말 좋다. 손목에도 좋은듯. 하지만 기본으로 나오는 키캡들은 영 별로였다. 타이핑시에 철컹하는 쇠소리가 너무 거슬려서 Gazzew boba tocky로 변경했다. 키캡이 정말 맘에 든다.

허먼 밀러 에어론: 회사에서 특판 나올떄 산 허먼밀러. 최고의 의자다. 특판 또 하면 자식을 위해 살 계획이다.

벤큐 스크린 바: 모니터에 설치하는 조명인데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굳이 전등을 안켜도 밝은 책상을 만들어준다.

소프트웨어

Warp: 21세기를 위한 터미널. 편한 기능들이 많다. 얼마전 베타를 끝내고 오픈했는데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보완할 점들이 좀 있다. 그래도 현재는 기존에 쓰던 iterm2을 거의 안쓰고 이거만 쓰는중

iterm2: warp와 함께 가끔 쓰는 터미널. oh-my-zsh와 함께 쓰면 좋다. warp의 등장으로 삭제될 위기

Dracula pro: 드라큘라 다크 테마. 모든 ide에 적용해서 쓰고 있는데 최고의 테마라고 생각된다. 편하고 가독성 좋고 이쁘다.

dash: api 문서 검색기. 크롬에서 굳이 깃헙이나 공식 홈페이지를 안들어가도 검색할 수 있다. 추가로 있는 스니펫 기능도 좋은데 굳이 다른 코드 스니펫 툴을 돈주고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jetbrain: 한번 쓰면 나오기 힘든 ide 툴. 파이썬, 고, db, ts를 쓸때 사용한다.

1password8: 최고의 비밀번호 관리 툴. cli도 있고, alfred와 연동하면 엄청 편한다.

alfred5: 단축키, 검색, 워크플로 등 맥 킬러 앱

k9s, lens: 쿠버네티스 IDE, k9s가 터미널에서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k9s를 쓰는듯 하다. k9s에서 안되는 기능이 lens에선 되고 그런것들이 좀 있는데 lens도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서 기대중.

fork: git 툴. git desktop, gitkraken을 써봤는데 이게 제일 편하고 무료다.

screens 4: 나는 주로 집에 있는 아이맥에서 작업을 하는 편인데 가끔 맥북을 들고 나갈때 screens 4로 리모트로 접속해 일한다. 해상도가 서로 안맞아 연결시 재설정하지만 가장 반응속도가 좋고 밖에서도 아이맥을 그대로 쓰듯이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한영이 안바뀌는건 좀 불편하다.

파친코, 남북한과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한국인들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넘어간 한국인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보통 내가 미디어로 접한 일제 강점기는 분노하게 되고, 억울하고 한 맺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파친코는 (물론 가슴아프지만) 결이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일제에 억울한 일을 당한 한국인 이야기라기 보단, 일제 강점기에 살아남은 보통의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기한건 저자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일을 바로 옆에서 본 것처럼 잘 묘사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선자는 일제 강점기에 영도에서 태어난 여자다. 당시 모두가 그랬듯, 일제 속에서 어려운 삶을 살았고 사연을 가지고 일본으로 떠난다. 일본어도 하지 못하고 한글도 읽을 줄 모른다. 고향을 떠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외딴 곳에 남편 백이삭만 보고 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선자는 가족이 자신의 전부이다. 남편인 백이삭과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 요셉과 경희까지. 선자는 부모에게서 받은 강인한 생활력으로 일본에서도 스스로 가족을 돕고 먹여살리며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선자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전형적인 수동적 조선 여성인 양진과 상당히 대조된다. 자신의 아버지와 시장에 다니며 배운 것,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 이후 혼자 시장에 다니며 키운 자립심, 일본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생활들을 통해 그런 성격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어쨋든 선자는 영도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후에 다시 모자수와 부산에 갔을때는 외지인이 된다.

한수는 파친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재능도 있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성격에 한국에서 일이 잘 풀리고, 일본으로 넘어가 야쿠자의 집안에 들어가 일본인 가정을 꾸리고 호화롭게 산다. 겉으로만 보면 완전한 일본인이 된것이다. 한수에게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살아남는 것에 모든 걸 바친다. 살아남고 가족을 지키는 것만이 그의 존재 이유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단둘이 어려운 생활을 하다 아버지를 잃고 혼자 살게 된 것이 그를 만든 듯 하다. 한수는 자신의 핏줄인 노아에게 강한 애착을 보이는데 신기한 것은 일본인 핏줄인 두 딸에게는 애착이 없어보인다. 노아는 남자이고 일본인 딸들은 여자이기 때문인지,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초반에 선자에게 아들을 낳아달라고 한 것을 보면 남자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잘살지만, 선자와 노아에게 집착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한국에 대한 애착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한수 역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

선자의 아들들은 완전한 일본 교육을 받고 일본 사회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국적 자체가 일본인 것은 아니고 역시나 확인증 같은 것을 갱신해야 하고 한국인의 자식이라는 차별과 부당함을 받는다. 노아는 그걸 버티고 완전한 일본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외딴 도시에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완전한 일본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모자수는 어린시절의 차별을 이기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둔다. 그리고 당시 한국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많이 빠지던 파친코 가게에 들어가 일하다 자기 가게를 차리고 운영까지 하게 된다. 재밌는 부분은 둘의 성향이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결국 둘 다 파친코를 운영한 것이다. 당시 한국인은 학교를 안다니던 최고 대학을 가던 사람답게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야쿠자나 파친코 가게를 해야 했던걸까.

노아는 자신이 극혐하던 야쿠자 아버지와 비슷하게 결국 파친코 가게를 운영한다. 백이삭을 존경해 그의 도덕심을 배웠고 고등 교육도 받으면서 완전한 일본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해 자살하게 된다. 반면 모자수는 환대 받지 못하는 일본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식들은 미국에 유학을 보내며 가정을 꾸린다.

3세인 솔로몬은 완전한 일본인이 된 듯 하다. 한국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보이지만 대기업에 들어가고 일본인들과 잘 어울리며 살아간다.

만약, 선자가 한수를 택했다면 어땠을까? 난 선자가 한수를 택했어야했다고 생각한다. 어느쪽을 선택했던 선자는 결국, 야쿠자 집안이 되거나 파친코 집안이 되는 것이고 어느나라에서나 환영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똑같다. 그리고 어머니 양진에게 원망을 받는 것 역시나 같다. 한수의 모습으로 보아 한수는 선자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며 일본인 가정보다 한국의 가정에 충실했을 것이다. 생존이 가장 중요했던 시기에 도덕심이 중요하진 않았을 것 같다. 선자도 한수가 야쿠자라는 이유로 택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한수를 택했다면, 백이삭을 만났을 때 보단 좀 더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파친코가 인상적인 이유는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에서 핍박받던 한국인의 모습이 아니라 일본에 넘어간 다양한 한국인의 모습을 그려서이다. 일본에서 핍박을 받아 죽은 사람들, 자신의 조국을 지키려 운동한 사람, 순응하고 살아남은 사람,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그려져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2세가 어떻게 살았고 지금 그 3세들이 어떤 모습인지 시대를 따라 일제에 상처 받은 사람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