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스테이지에 온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좋은 의미로 나도, 회사도 바빠서 이렇게 빠르게 시간이 지났나 싶다. 회사도, 나도 안바쁘던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갔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듯 싶기도 하다.
백업도 안하고 날려버린 예전 블로그에서 당시 업스테이지로 이직한 이유를 회사의 성장성과 잠재적 보상 그리고 커리어로 들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앞의 두 관점에서 잘한 선택을 한건지 되짚고 넘어갈 시간이다.
회사의 성장성과 잠재적 보상: 1년전엔 시리즈 A를 받기 전이었던 만큼, 이 회사가 유니콘이 될 수 있을지, 그로인해 내가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고려대상이었다. 이직 협상을 하던 당시엔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왔다. 이제 막상 스타트업이라는 야생에 들어와 일하면서 생각해보니, 지금의 대답은 모른다 이다. 아직 업스테이지를 대표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우리의 제품이 나온다면 이게 얼마나 잘 통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POC하고 있는 기업들, 제품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관심 보이는 기업들의 규모와 숫자를 보면 충분히 임팩트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업스테이지는 확신이 있다. 제품 출시를 위해 달리고 있는 동료들을 봐도 그렇다.
한가지 불확실한 제품의 형태에 있다. Ai가 이제는 큰 임팩트를 낸다는 것은 분명해졌지만, 어떤 형태의 제품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하지는 않다. 많은 곳에서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고 실패하고 있는걸 보면, 누가 먼저 제품의 형태를 찾느냐가 중요할 듯 하다.
1960년 최초의 DBMS가 나오고 한창 연구되던 때에, 밥 마이너는 DBMS의 상업적 성공의 확신하고 오라클의 첫번째 버전을 만든다. 그리고 지금 오라클은 세계적인 기업 중 하나이다. 밥 마이너도 확신에 차서 오라클을 개발했지만, 오라클이 시장에 줄 임팩트는 모르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 업스테이지가 당시 밥 마이너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커리어: 1년전 성킴과 최종면접에서 이렇게 말했다. ‘골드러시 시대에 실제로 돈을 많이 번 사람은 금을 캐던 사람이 아닌, 청바지를 팔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 ai는 금이고 mlops는 청바지라고 본다.’ 6개월만에 나온 전직장 카카오 브레인도, 업스테이지도 mlops라는 분야를 하기 위해서 이직했다. mlops라는 단어는 buzzword 같은 단어라 그게 어떤 것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내 연봉을 올리는데는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을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부에서만 쓰려고 만든 제품을 외부에 팔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외부 고객을 만들지 말자’라는 교훈도 얻었다. mlops라는 큰 방향만 정해놓고 입사했다면 지금은 그 방향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작은 사이클을 만들어가는 단계이다.
4년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었고 이제 5년차가 되기까지 반이 좀 덜 남았다.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연차라는데 진짜 그렇다. 해야할 실무는 늘어나고 공부할 거리도 많아지는데 일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그러다보니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게되고 개발 관련 공부도 나름 요령이 생겨 빨리 터득하게 되었다. 공식 문서를 먼저 보고 공신력있는 자료를 찾아보는 순으로 공부하고 일하게 된다. 이걸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팀원들에겐 그런 방향으로 가이드하고 있다. 또 공식문서를 많이보다보니 높은 수준의 문서를 작성하는 것에 관심이 가게 되는 요즘이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코드를 잘짜거나 어떤 분야, 기술에 신통한 개발자였는데 지금은 그냥 조직을 성장시키고 유니콘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업스테이지는?
동료들 모두가 열심히 달리고 있다. 제품이 나오기 전임에도 여러 BM 채널이 있고 매출도 생각보다 많다. 스타트업 겨울이 돌아왔다고 하는데 크게 걱정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음해 내 연봉을 얼마나 올려주는지 보면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채용은 여전히 어렵다. 우리는 성공을 확신하고 문화 좋고 동료가 좋다고 생각해도, 외부에서는 그냥 중소기업1 이다. 그래도 개발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도 정말 실력있는 분들이 많다.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다. 물론 업스테이지는 아직 주요 제품도 안나온 시리즈A 기업이다. 삐끗하면 망할 수 있다. 3자의 시선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는 모르겠지만, 하나 보이는게 있다면 다 같이 하나의 소리를 내던게, 사람이 많이지면서 여러소리를 내지 않을까 싶다. 또 같은 이유로 하나의 일을 하던 조직이 각자의 다른 일을 하나 싶기도 하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성킴의 리더쉽, 주변 키맨들의 역할이 중요하단걸 깨닫는다.